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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by 두안거사 2022. 9. 23.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하기엔 그 범위가 넓고 저자의 응용 수준이 높았다. 지적 저작으로 권위가 높은 교수가 아닌 일반인 작가가 이런 책을 써낼 수 있다는 것에서 우선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저자가 논하는 '색안경'이라는 말 부터 차분히 곱씹어 보았다. 저마다 선호하는 색안경 브랜드가 있고, 그 브랜드는 기독교, 불교, 과학, 자본주의 등등이고, 이슬람교, 힌두교, 공산주의 등의 브랜드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취향에 맞게 색안경을 선택하지만 자신의 색안경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그 문장에 매료되어 이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채사장의 책은 간략하면서도 명확한 도표가 곳곳에 제공되어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구약'과 '베다'를 인류의 두 가지 문서라며 정리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베다의 범아일여와 도가의 도덕일치를 비교하는 부분에서는 대체 이 사람의 두뇌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이 들어가 있고 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동양의 일원론과 서양의 이원론을 균형있게 바라보고 우리가 경시하기 쉬웠던 일원론의 존재론적 가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색안경 이야기로 돌아오면, 저마다 쓴 색안경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것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 문제삼기보다 인식능력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 철학은 결국 나의 관점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막연히 어렵다고만 생각했더 내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듯하다. 결국 이 책은 일원론적인 사유가 인류 보편적인 사유방식이라며 자신 내면으로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과연 나의 색안경은 어느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일까? 내 사유가 복잡하다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일차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던가. 사유와 인식론에 대해 생각을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