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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중국편 - 돈황과 하서주랑

by 두안거사 2022. 4. 22.

학창시절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처음 읽었는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책도 세련되게 디자인되고 컬러인쇄로 문화재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번 책은 '돈황'과 '하서주랑'을 다루고 있다. 책을 펼쳐보면 중국의 지도 일부를 본 책에 맞게 요약해 놓아 실크로드로 향하는 여정을 간접체험하게 해 준다.

저자는 하서사군을 소개할 때 흉노의 역사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처지에 대해서 기술하기도 하고, 돈황이 불교가 전파되고 문물의 요지로써 수많은 시와 글과 노래 춤, 의학 등에 대한 자료가 나오고 있음을 소개한다. 여행 또는 답사는 누가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나온다.

 

저자는 전공(미술사)으로 인해 미술사적 명소를 찾아다녔지만 막상 사상사와 문학사의 고향에서 더 큰 감동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 문화권에 주도하는 중심부 문화가 있고, 이를 따르는 주변부 문화가 있어 이것이 어울릴 때 더욱 풍성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중/일 삼국의 불상도 다른 모습으로 제작된 것이다. 비슷한 점은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보편성이요, 다른 것은 각 민족의 특수성이라 할 것이다. 도자기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도자기는 형태미에 집중했고, 일본 도자기는 색채미가 뛰어나며, 한국 도자기는 선이 아름답다. 그래서 중국 도자기는 멀리 놓고 보고, 일본 도자기는 옆에 놓고 사용하고, 한국 도자기는 어루만지고 싶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가 낳은 미감의 변화라고 한다.

돈황은 두터울 돈에 빛날 황, 크게 빛난다는 뜻이다. 저자는 만년설이 있어 사막이 살아있고, 돈황이라는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가 생겨난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명사'라는 이름은 모래소리와 크게 연관이 있다. 모래가 우는 소리 같다는 데에서 '명사'라는 지명이 생겨났고, 저자는 이렇게 답사하는 곳 마다 역사적, 미학적 지식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이어나가며 종래에는 크게 공감할 결론을 내놓는다. 저자는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질 이유가 없고, 오히려 중국에 영향을 그렇게 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드넓은 실크로드의 길을 다니면서도 저자는 우리나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크고 기나긴 사막길을 지나면서 '지도에서 빼어버려도 그만일 것 같은 그런 황량함'이라 표현하며, 황무지가 없는 우리 땅을 자연의 축복이라 표현한다. 저자는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면서도 단 한 순간도 우리나라의 찬란한 역사를 잊지 않는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더라도 다른 풍광과 자연에 압도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유구한 역사, 위대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