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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거나 읽은 척하기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구한말 외국인의 조선 보고서

by 두안거사 2022. 4. 22.

그동안 막연하게 구한말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왔던 내게, 이번에 읽은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이라는 책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조선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고, 외세에 의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야 그래 그랬었구나 싶었지만, 그들의 생활사에 보다 자세히 접근한 책은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선교사의 관점에서 조선은 닫혀있고, 느리고, 구식의 유교주의와 세속신앙에 빠져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거리에 즐비한 시체들, 더러움 등의 모습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조선에서의 생활을 도와준 이들에게, 그리고 마침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 심지어 신앙을 갖지 않더라도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준 이들에게 깊은 관심과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기도 한다.

 

본 책은 대부분 구한말 조선의 리얼리티 넘치는 생활상, 그리고 여행을 통한 조선인의 삶의 궤적을 그려나가지만, 한편으로 그가 교류한 사람들에 대한 일부 정치적인 의견 등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을미사변과 관련해서 보고 들은 실제적인 참상, 일본에 머문 종친과의 서신 등에서 나는 비교적 드러나 있던 역사에도 접근해 보았다.

 

그는 대원군의 장손이자 고종의 조카인 이준용과 알고 지냈으며, 고종의 아들 의화군과도 친분이 있었고, 이범진, 박영효 등 수많은 관리들과도 밀접했다. 또한 청일전쟁의 현장에서 그 참상을 목도했고, 을미사변의 그 날에 고종을 만났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민생의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역사에서 주로 다루는 정치적인 사건이야 색다른 시각을 일부 엿볼 수 있다 하더라도, 조선시대 민중의 진짜 삶의 모습은 내게 너무도 생경해서 '코리안 스케치'라는 부제에 착안하여 제3자의 시각으로 조망해볼 수 있었다. 책에는 심지어 그의 조선에서의 삶을 도와준 '보이'(모든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비서이자 심부름꾼), 그를 태우고 다닌 '조랑말', 그의 여행을 도와준 포졸, 뱃사람 등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조선에 대한 다소 이질적인 시각에 나는 한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가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에게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써의 조선이라는 것이 조금 슬프긴 했지만, 당시 조선에 머무른 서양인의 사고방식으로는 그래도 애틋하고 따뜻했다.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어를 이해하고 조선인을 보듬은 이 서양인은 최초의 한영사전을 출간하고, 외국서적을 번역하는 등 조선에 머무는 동안 많은 애를 썼다. 그는 다양한 계층의 조선인들을 모두 사랑하고 아꼈다. 이질적인 시각과 애틋한 관점 등을 걷어내면 그의 조선을 향한 마음은 '사랑'이었다.